
ISBN : 9791191056556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 인플루엔셜
2021.04.28.
별점 : 3.5
누구나 작든 크든, 마음 속에 후회를 품고 살아간다. 행동을 해서 후회하기도 하고, 반면 행동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상당히 다양해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후회들이지만, 그 기저에는 하나의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가능성’이다. ‘다른 선택을 했으면 다른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그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지금 내 삶이 이 모양 이 꼴이지.’와 같은 후회들. 우리는 인생의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하나의 선택을 내렸고, 그 결과를 마주하고 있으며, 그에 무언가 아쉬움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후회를 한다. 다른 선택을 내렸으면 더 나은 무언가가 되어있었을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 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는 것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바로 그 후회에 대해 다룬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는 사실,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을지라도 삶이 더 행복해지진 않았을 수도 있다”와 “행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서 찾는 것이다.”라는 주제를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판타지적 공간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완벽한 삶이란, 과연 존재할 수가 있을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 시드’는 35살 여성으로, 죽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주변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오빠인 ‘조’도, 애인이었던 ‘댄’도, 단짝이었던 ‘이지’도, 심지어는 반려묘 ‘볼츠’도 죽어버렸다. 더 이상 꿈도 없다. ‘수영 선수’도, ‘성공한 밴드’도, ‘빙하학자’도 되지 못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35세 노처녀에 이룬 것 하나 없는 백수이자 “더 이상은 기회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사람이다. 남은 건 죽음 뿐. 그녀는 그래서 죽기로 한다.
죽음의 순간, 그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도착한다. 온갖 책이 총천연하게 나열되어 있는 신비의 도서관에서 그녀는 “다른 선택을 했을 평행세계의 나”에 대해 경험하게 된다. ‘댄’과 결혼을 한 삶. 포기하지 않고 수영을 하며 메달리스트가 된 삶. 쇄빙선을 타고 북극으로 간 삶. 이 반복되는 삶들이 끝나는 조건은 단순하다. 이 삶이 진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그녀가 내심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의사 ‘애쉬’와 결혼한 삶”에서도 노라의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애쉬’와의 삶은 분명 행복한 삶이었다. 철학과 교수로서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만족했으며, 사랑스러운 딸 ‘몰리’도 있고, 부부생활도 화목하며, 오빠 ‘조’와의 관계도 좋았다. 노라가 속으로 계속 행복하다고 되뇌이며 이 삶에 머무르고 싶어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하나를 얻었으면 하나를 내주는 것이 있는 법. 이 삶에선 노라의 원래 직장 ‘스트링 시어리’가 폐업했으며, 피아노 제자 ‘리오’는 불량아가 되었고, 옆집 ‘배너지’ 씨는 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마디로, 완벽하지 않았다.
세상에 완벽한 삶이 있을까? 정확하게는, 최선의 선택만을 한다고 해서 그 삶을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 같다. “과거의 선택을 바꾼다면 필연적으로 놓치게 되는 가능성들이 있고, 그렇기에 우린 결코 만족할 수 없다.”
감옥은 장소가 아닌 관점이다.
‘노라’는 결국 현재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부서지고, ‘노라’는 살기 위해 도움을 청한다. 이제 그녀는 상상 속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지 않는다. 삶의 어두운 부분들을 외면하지 않고 전체 중 일부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가능성이 무한함을 알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안다.
‘노라’가 삶을 포기하게 만든 건 결국 관점이다. 완벽한 삶이 있을 거라는 생각, 자신이 쓸모 없다는 생각,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생각, 모든 게 끝이 나버렸다는 생각. 이 관점 속에서 ‘노라’는 자신을 포기하기에 이르지만 다시 ‘살기’로 결심하는 순간 삶은 여전히 열려 있고 지금의 삶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그 속에는 행복이 있고,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 과거의 나를 질책하기보단 현재의 삶에서 행복과 미래를 찾아보는 게 어떤가?”
그러나, 진정 후회가 “활활 타버려”야 하는 것인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자신의 후회를 모아놓은 <후회의 책>은 이제 활활 타버려 재만 남았고, ‘노라’는 이제 더는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는 터부시되며,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만족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후회하는 행위 자체를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과연, 책에서 표현한 것과 같이, 후회는 “활활 타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만일 후회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책의 결말처럼 모든 문제가 아름답게 해결되는 이상적인 상황이 벌어질까?
후회는, 결국 더 나은 선택지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다. 더 좋은 선택을 위해 고민하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 속에서 후회는 탄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후회에 먹혀 더 나아갈 원동력을 잃지만, 어떤 사람들은 후회 속에서 배우며, 다시는 비슷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후회가 없다면, 반성도 없고 ,발전도 없다.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물론 후회에 사로잡히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문제가 된다. 후회를 하지 않는다면 삶이 더 행복하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옳다. 하지만,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후회를 없애기보다는 적절하게 이용하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후회의 책>을 태워버리기보다는 간직하며 수정해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삶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책.
그럼에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독자에게 위안을 주는, 한 편의 따뜻한 소설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넌 잘못하지 않았어. 덕분에 누군가는 너에게 구원을 받았잖아?”라고 말해주는 책. “넌 무한한 존재이고 너의 가능성은 열려있어.”라고 말해주는 책. 인생이 뭔가 잘못된 거 같은 느낌을 받고 후회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 추천해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