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 블루스
김다흰 X 전석호 X 박동욱 X 임승범 X 김영욱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25.12.6 – 2026.2.1
별점 : 4.5
연극 [터키 블루스]에 대한 간단한 평론이자 후기이다.
개인적인 감상은 최대한 절제하고, 작품의 중심 가치와 무대 장치를 중심으로 다뤘다. 줄거리나 결말에 대한 언급은 없으니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 없이 읽어도 된다.
연극의 줄거리와 결말이 궁금하다면, 내 다른 글 [연극] “터키 블루스” 줄거리 (스포)를 참고하자.
이제, [터키 블루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누구나 하나 쯤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 아쉬움. 미련이나 후회가 아닌 아쉬움. ‘그 때가 좋았었지’라고 회상하면서도 그 과거에 얽매이지는 않는, 딱 그 정도의 감정.
이 아쉬움에 대한 개개인의 대처는 모두 다르다. 평생 마음 속에만 묻어둘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뛰어들기도 한다. 어떤 대처든 정답은 없다. 확실한 건 단 하나. 어떤 방법을 택하든, 아쉬움을 완전히 해소하기 전까지 그 아쉬움은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그 아쉬움이 다시 떠오를 날이 올 거라는 것.
[터키 블루스]는 이 아쉬움을 다룬다.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줬지만 어느 순간 멀어진 두 친구. 그리고 이뤄지지 못한 그 때의 약속, ‘터키 여행’. 두 주인공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기 다른 시기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아쉬움을 마주한다. ‘터키 블루스’라는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여행과 노래로.
하지만, 아쉬움을 마주한다는 건 꼭 좋은 결말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과거의 좋은 추억은 다시 보면 별 게 아닐 수도 있고,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일을 현재에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해결하기엔 너무 늦어버려 좀 더 빨리 마주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할 수도 있고, 막상 해결하고 나니 아무런 가치도 없는, 덧없는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다. [터키 블루스]의 주인공들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세월의 흐름에 침잠할 것인가.
[터키 블루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여행’과 ‘노래’다. 출연진들이 직접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나 찍은 여행 vlog. 연극 내내 대사에 맞는 여행 영상이 뒤편 스크린에 띄워지며 연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전문적인, 고화질의 영상이 아닌 캠코더로 찍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1인칭 시점의 영상. 여행의 설렘과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영상. 여행 영상들은 관객이 직접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여행의 설렘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적절한 노래 사용 또한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 준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노래 선정은 노래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듣게 하며, 실제 밴드 연주를 통해 전해지는 노래들은 연극이 아닌 실제 밴드 콘서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연극과 콘서트, 모두를 즐길 수 있어 11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진다.
과거를 회상하는 모두에게 이 연극을 추천한다. 특히, 튀르키예 여행을 가봤거나, 배낭 여행을 떠나봤거나, 영화 ‘아비정전’을 감명 깊게 본 사람들에겐 더더욱 추천한다. 연극의 재미와는 별개로, 그리움과 추억이라는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다만, 얕긴 하지만 동성애적 요소가 있으니, 민감한 사람들은 주의하자. 개인적으로는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고, 개연성을 위해서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럼, [터키 블루스]의 핵심 대사로 마무리 하려 한다. “Es ist gut, 참 좋다”. 결과가 어떻든 아쉬움을 해소한다는 건, 그 자체로 참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