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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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현대인에게 휴대전화와 SNS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항시 휴대전화를 휴대하는 세상. 길을 걸어가는 도중에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세상. 휴대전화가 일종의 도구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우리 마음속 한 편에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 상황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이래도 되나?

이 책은 6년 전인 2019년에 이 질문에 대답했다. 인간이 휴대전화에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했고,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저자의 경험과 여러 연구를 통합하여 설득력 있는 대답을 구성했다. 다소 비약이 있긴 하지만, 대답은 우려했던 것과 같다. “문제가 있고, 휴대전화를 일상에서 점차 떨어뜨려야 한다.” 이 조언을 따르는 건 매우 힘들겠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의 경각심을 가지고 시도 노력을 해보기만 해도 성공으로 보인다.

수렵 채집 시대에 남아있는 인류

인류가 세상에 등장한 기간 20만 년. 그 기간을 1만 개의 점으로 표현한다면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이 세상은 점 1개로 표현할 수 있다. 느린 진화가 따라잡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 우리 인류는 여전히 수렵 채집 시대에 적합하게 설계되었다.

저자는 감정, 스트레스, 불안, 우울을 이 측면에서 설명한다. 무엇보다 생존이 중요했던 시기. 불확실한 세계에서 감정 덕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고, 스트레스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했으며, 불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했다. 스트레스가 지속해서 작용하면 우울을 통해 세계에서 도망치게 했다. 이 모든 건 생존을 위해서였다.

지금은 어떤가. 선택을 빠르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목숨이 위태롭지 않으며, 생존보다는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해야 하고, 세계에서 도망치기보단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시대이다. 인간의 본능은 구시대적, 즉 수렵채집적이며 시대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휴대전화와 SNS는 이 차이를 공략한다.

휴대전화와 SNS는 늘 새로운 걸 제공한다. 늘 새로운 스토리가 올라오고, 알림 소리는 확인하기 전까지는 내용을 알 수 없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새로운 것과 불확실한 것을 알아야만 했던 인류는 이에 광적으로 반응한다. 휴대전화는 사용하지 않고 곁에만 두어도 도파민이 발생하여 집중력을 모조리 가져가고, 이 도파민은 인류를 휴대전화에 종속시킨다. 이로 인해 인류는 하루에 휴대전화를 2600번 만지며, 평균적으로 10분에 한 번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건 아니다.

인류가 이렇게 휴대전화와 SNS에 이른바 ‘의존’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연스럽다고 해서 좋은 일일까? 휴대전화는 존재만으로 멀티태스킹을 강요한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항상 인식하고 있게 되며, 그 대가로 집중력과 작업 기억력을 희생한다. SNS는 과거 150명 정도였던 비교 상대를 무한대로 늘려주며, 그 대가로 우리는 우울증에 허덕인다. 휴대전화로 인해 수면을 희생하면서 우리의 집중력과 정서 안정, 기억력은 훼손된다.

변화를 위해서는 몸부터 움직여라.

이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 원인인 휴대전화와 SNS에서 벗어나면 된다. 저자가 밝힌 연구에 따르면 스크린 타임을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하면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하며, 휴대전화를 금지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과 학습 능력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고 ,그 대안으로 저자는 운동을 제안한다.

운동은 집중력을 강화해주며, 스트레스와 불안을 낮춰준다. 5학년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하루 6분의 운동만으로도 집중력이 높아졌고, 산만한 태도도 줄어들었다. 불안에 민감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고강도와 저강도 운동을 시켜본 결과 두 그룹 모두에서 불안도가 감소했으며, 고강도 운동을 한 그룹에서 더 많이 감소했다. 저자는 그 원인을 수렵 채집 문화에서 찾는다. 살아남기 위해 신체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은 집중력을 요구했기에 운동이 집중력을 강화하며, 신체 조건이 좋을수록 더 쉽게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불안을 감소시켜 준다는 논리이다. 비약이 매우 심한 논리 전개이긴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실하다. “운동해서 나쁠 건 없다.”

기술이 우리를 맞춰야 한다.

이 책은 인류의 진화와 휴대전화 의존의 관계에 관한 근거 없는, 저자의 개인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전개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설득력 있는 논리이나, 설득력이 있다 해서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상관 관계와 인과 관계도 모호하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이 SNS를 많이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SNS를 많이 사용해 우을증에 취약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저자도 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문구를 남긴다. “이 책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역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 참고한 문헌들이 기재되어 있으니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휴대전화와 SNS가 인류에게 무언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잘못 사용하면 우리에게 큰 독이 된다는 것. 책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마친다.

“기술이 우리를 맞춰야 하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